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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좀비와 권력이 교차한 조선의 역병을 다룬 사극

by mandorl76 2025. 5. 7.

킹덤
킹덤

 

〈킹덤〉은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형 좀비 사극 드라마로 처음 이 작품을 보면서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품은 조선시대 역병과 정치권력의 암투를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의 탁월한 연출,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의 몰입도 높은 연기, 그리고 참신한 세계관 구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K-좀비’ 열풍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장르물의 경계를 허문 이 드라마는 시대극과 좀비물을 결합해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죽은 자가 살아나는 시대, 무너지는 것은 권력인가 인간성인가

〈킹덤〉은 전통 사극과 좀비라는 장르가 결합한 전례 없는 시도로,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강렬한 족적을 남긴 작품입니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 역병이라는 새로운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하며 죽은 자들이 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전염병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왕실과 중전, 대신들 간의 권력 암투와 얽히며 사회 구조 전체를 휘청이게 만드는 주요 장치로 기능합니다. 주인공 이창(주지훈 분)은 왕세자로서 아버지의 이상한 병세와 섭정 세력인 조학주(류승룡 분)의 수상한 행적을 조사하던 중, 왕이 사실상 죽은 상태에서 되살아났으며 이는 역병의 시작과 맞물려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창은 역병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방으로 떠돌며, 민심을 잃은 권력 대신 직접 백성과 마주하고 그 고통을 목격하게 되며 성장합니다. 이 작품은 ‘좀비’라는 비현실적 존재를 통해 오히려 현실을 더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신분의 차이, 정보의 왜곡, 권력의 탐욕은 병보다도 더 빠르게 사회를 무너뜨립니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메시지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사회 정치적 성찰을 담은 작품이라는 증거입니다.

좀비보다 무서운 권력, 그 속에서 빛나는 사람들

〈킹덤〉의 가장 큰 강점은 완성도 높은 장르적 연출뿐 아니라, 시대적 구조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조학주는 나라를 병들게 만든 장본인이자, 병을 통해 더 강력한 권력을 잡고자 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가 좀비화를 도구로 이용해 왕을 다시 살리고, 민심을 기만하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정치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반면, 의녀 서비(배두나 분)는 역병의 원인을 추적하며 이창과 함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학문과 인술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용적 지성을 대표하며, 이창과 함께 지식과 양심의 힘으로 권력과 무지를 상대하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또 이창의 호위무사 무영(김상호 분)은 충직하고 의리 있는 조선의 무사로, 끝까지 정의의 편에 서며 인간적 온기를 전합니다. 이 드라마는 시각적 스케일 또한 탁월합니다. 경상도 지방의 병산서원, 안동하회마을 등 한국 전통 건축물의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전투는 전통과 장르의 이질적 조합을 완벽히 시각화한 사례입니다. 또한 빠른 전개, 긴장감 있는 음악, 낮과 밤을 넘나드는 공포 연출은 좀비물 특유의 장점을 사극이라는 틀에 완벽히 안착시켰습니다. 무엇보다 ‘좀비’가 단순히 공포의 대상이 아닌, 신분제와 정보 불균형, 권력 독점이 만들어낸 비극의 은유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창이 백성에게 다가가는 과정은 곧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를 다시 묻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자들의 책임, 권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킹덤〉은 좀비라는 장르적 흥미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역사 속 깊이 존재하던 권력 구조, 계층 갈등, 의료 시스템의 불평등 등 사회적 모순을 드러낸 웰메이드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핵심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누가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백성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지배의 수단으로 대상화되고, 권력은 생명을 도구화합니다. 이창이 세자로서 자신의 안위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변화는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한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그는 군주가 아닌 인간으로서,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며, 결국에는 새로운 질서와 정의를 세우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이는 단순히 왕이 되려는 권력욕이 아니라, 백성의 삶을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킹덤〉은 한국 콘텐츠가 얼마나 세계적 감각을 가지고 사회 문제를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장르물의 재미는 물론, 시대극 특유의 묵직한 메시지와 미학을 동시에 전달한 이 작품은, ‘왜 우리는 과거를 돌아봐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통치는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제기합니다. 그래서 〈킹덤〉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품은 정치 스릴러이자 인간 드라마로 오래도록 회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