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2017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집이 필요한 여자와 세입자가 필요한 남자의 계약 결혼을 소재로 현대인의 주거 문제, 연애 가치관, 삶의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한 작품입니다.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인물 간의 솔직한 대화와 감정 묘사를 통해 현실적인 로맨스를 풀어낸 이 드라마는 ‘따뜻한 계약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랑보다 집이 급한 사람들의 이야기
2017년 방영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특히 주거 문제를 중심에 둔 로맨스로, 사랑보다 생존이 우선인 세대를 정조준한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집을 가진 30대 솔로 남성과, 작가의 꿈을 좇다 보니 집 없이 떠도는 30대 여성의 만남을 다루며, 계약 결혼이라는 극적인 설정을 통해 현대인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했습니다. 단순한 연애 서사가 아닌, 삶의 구조와 가치관까지 아우르는 로맨스라는 점에서 당시 많은 공감과 호평을 받았습니다. 주인공 남세희(이민기)는 철저하게 합리적이고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이며, 윤지호(정소민)는 현실에 밀려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이라는 형식을 취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약’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감정에 당황하고 갈등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감정의 급격한 고조나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대사와 시선, 일상의 선택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대사 한 줄 한 줄이 캐릭터의 가치관과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며, 무심한 듯 던진 말이 때론 날카로운 현실 인식으로, 때론 따뜻한 위로로 작용합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타이틀처럼, 서툴고 모자라지만 결국엔 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울림을 남겼습니다.
계약에서 감정으로, 타인에서 나 자신으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로맨스 장르의 틀을 빌리되,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서사를 풀어냈습니다. 남세희는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살아가는 인물로, 집은 있지만 감정적 공간은 닫힌 인물입니다. 반면 윤지호는 공간이 없지만 감정을 열어두고 사는 인물입니다. 이 둘은 상반된 조건 속에서 ‘결혼’이라는 장치를 통해 서로의 삶에 스며들게 되며, 그 속에서 점차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드라마는 단순히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룹니다. 특히 ‘동거’라는 현실적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다툼과 작은 온기들은,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감정의 파장을 전달합니다. “나는 너에게 집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공간을 넘어 관계와 감정의 중심으로 확장되며, 사랑이라는 감정의 구조 자체를 다시 정의하게 만듭니다. 이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서사는 이 드라마의 깊이를 더합니다. 결혼을 원하는 커플, 비혼을 선택한 커플, 경력 단절 여성을 고민하는 캐릭터까지,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며 현대 사회에서 ‘사랑’과 ‘삶’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이는 ‘결혼이 곧 행복’이라는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자기만의 속도와 기준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랑의 정의를 바꾼 현실 공감형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로맨스 장르에 ‘현실’이라는 감각을 더해 새로운 결을 만든 작품입니다. 계약이라는 비인간적인 장치 속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감정이 피어나고, 그 감정이 타인을 변화시키는 여정을 통해 사랑은 형식보다 감정의 진정성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우리 모두 이번 생은 처음이라 서툴다”는 대사처럼, 이 드라마는 실수와 후회 속에서도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사랑과 결혼은 반드시 같지 않다’, ‘혼자라는 이유로 부족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비혼, 동거, 자아실현과 같은 현대적 화두들을 자연스럽게 서사에 녹여낸 점에서 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했습니다. 이 덕분에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을 전하며, 공감과 위로를 주는 드라마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단순한 계약 결혼 로맨스를 넘어, ‘살아가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맞물려 있는지를 조용히 성찰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집보다 사람, 계약보다 감정, 결혼보다 존중이 먼저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이 드라마는, 모든 서툰 이들의 마음에 머물 수 있는 따뜻한 집 같은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