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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모] 금지된 신분과 사랑을 넘은 궁중 로맨스 사극

by mandorl76 2025. 5. 28.

연모
연모

 

〈연모〉는 2021년 KBS2에서 방영된 사극 로맨스로, 쌍둥이로 태어난 왕의 자식 중 딸이 남장을 하고 오라비 대신 왕위에 올라 겪는 갈등과 사랑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박은빈과 로운의 강렬한 케미, 정통 사극의 묵직함과 현대적 감성을 동시에 녹여낸 서사 구조, 그리고 여성이 왕이 되는 사회적 위반을 품은 서사로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금지된 사랑’이라는 소재를 궁중과 정치, 여성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확장시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여왕의 시대는 없지만, 그녀는 왕이 되었다

〈연모〉는 ‘만약 조선 시대에 여성이 왕이 될 수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드라마로,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여성의 권위와 정체성, 사랑과 정치의 갈등을 진중하게 풀어낸 사극 로맨스입니다. 여주인공 이휘(박은빈 분)는 왕의 쌍둥이로 태어난 여아였지만, 남아로 위장해 세자, 그리고 왕위에 오르면서 진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쌍둥이는 흉조라는 미신 속에서 오빠는 요절하고, 이휘는 살아남기 위해 남장을 하고 ‘세자’로 자라납니다. 시간이 흘러 왕위에 오른 그녀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결단력 있는 군주로 통치하지만, 자신의 비밀을 숨긴 채 살아야 하는 외로움과 ‘진짜 나’로서 사랑할 수 없는 괴리감에 끊임없이 고통받습니다. 그런 그녀 앞에 과거 친구였던 정지운(로운 분)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제는 한약방 도제이자 어의로 성장한 그는 이휘의 곁에 머물며 그녀의 비밀을 모른 채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왕과 신하, 남성과 여성, 숨겨진 진실과 드러낼 수 없는 사랑. 이 모든 긴장감이 조화롭게 얽히며 시청자에게 깊은 몰입을 선사합니다.

금기의 사랑, 정치의 중심에서 피어난 진짜 마음

〈연모〉는 전통적인 사극 형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젠더 감수성과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을 녹여낸 점에서 특별합니다. 각 인물의 서사는 감정적으로 깊고도 정치적으로 설득력 있게 짜여 있으며, 무엇보다 여성이 왕이 된다는 금기된 상상이 드라마 전반을 통해 완성도 있게 표현됩니다. 이휘의 이중적 존재, 왕의 무게와 여인의 본성: 박은빈은 냉철한 군주와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모두 소화하며, 왕이지만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싶은 이휘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그녀는 국가를 책임지는 지도자이면서도, 자신의 존재조차 부정당하는 세상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인물입니다. 왕으로서 완벽하지만, 사랑 앞에선 누구보다 외롭고 불안한 모습이 인간적인 울림을 줍니다. 정지운의 딜레마, 신하로서 사랑할 수 없는 마음: 로운이 연기한 정지운은 상하관계와 신분 차이, 그리고 성별이라는 장벽 앞에서 혼란스러우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는 자신이 마음을 품은 대상이 여성이라는 것도, 왕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사랑을 키우고,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끝없이 갈등합니다. 그의 사랑은 충심이자 헌신이며, 드라마의 가장 큰 울림 중 하나입니다. 사랑과 정체성의 교차점, 이들의 관계가 던지는 질문: ‘누구를 사랑하는가’ 이전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먼저 드러나는 이들의 관계는, 사랑이 단순히 감정만으로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권력 구조 속에서 드러낼 수 없는 감정, 감출 수 없는 진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진짜 사랑이라는 점이 작품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연모〉는 사극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섬세한 감정 묘사와 젠더적 함의를 통해, 새로운 로맨스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권력과 감정, 정체성과 사랑이 복잡하게 얽힌 구조 속에서 그 어떤 순간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으며, 모든 캐릭터의 내면이 촘촘하게 살아 숨 쉽니다.

사랑은 정체성을 초월하고, 마음은 신분을 넘는다

〈연모〉는 왕이라는 정치적 위치, 여성이란 사회적 제약, 그리고 신하와 왕의 금지된 관계 속에서도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랑의 본질을 조명합니다. 드라마는 결국 ‘진실한 감정은 신분도 성별도 뛰어넘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감동적인 결말을 선사합니다. 이휘는 왕으로서의 책무와 여성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끝없는 선택을 강요받지만, 자신의 삶과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섭니다. 정지운 또한 신하로서의 도리와 개인적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끝내 그녀의 편에 섭니다. 이들의 관계는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달라도 여전히 유효한 사랑의 본질을 되묻는 질문입니다. 〈연모〉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서사로 확장되며, 사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지금도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그 섬세한 감정선과 철학적인 질문들 덕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