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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연쇄살인에서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꿰뚫다

by mandorl76 2025. 7. 1.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 초창기 프로파일러들이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추적해 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심리 수사극입니다. 실제 국내 첫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의 자문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살인범을 쫓는 경찰들의 치열함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과 개인적 상처까지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단순한 범죄 해결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그 어두움을 꿰뚫어야만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경찰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진중하고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으로 호평받았습니다.

살인자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한 편의 스릴러처럼 긴장감 있게 사건을 풀어내면서도, 동시에 경찰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정의감의 본질을 묻는 작품입니다. 시대는 1990년대 후반. 연쇄살인이란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 살인을 단순히 개인적 원한이나 우발적 사건으로만 치부하던 경찰 조직 속에서, 주인공 송하영(김남길 분)은 범죄자의 마음을 이해해야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스스로 그 심연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송하영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범죄행동분석팀의 형사로, 범죄자의 심리를 파고드는 프로파일링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내딛는 길은 고독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프로파일링은 경찰 내부에서도 ‘별난 발상’ 정도로 치부되었고, 동료들은 사건을 빠르게 종결지을 수 있는 물적 증거와 자백에만 의존하려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송하영은 진범의 마음을 읽기 위해 범죄 현장을 치밀히 살피고, 끔찍한 범죄 심리를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 넣으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길을 택합니다.

프로파일링이라는 칼날 위에서의 고군분투

드라마는 하나하나의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루며, 범죄자의 심리에 다가가기 위해 감정적으로 혹독한 과정을 거치는 형사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송하영은 범죄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연쇄살인범과도 차갑게 대면하고, 그들의 눈빛과 행동, 말투 속에서 비틀린 욕망의 실마리를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의 정신을 끊임없이 좀먹고, 결국 인간으로서의 감각조차 무뎌지게 만듭니다.
이 여정에 함께하는 국영수(진선규 분) 팀장과 젊은 경찰 정우주(김소진 분)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과 맞섭니다. 국영수는 처음에는 프로파일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지만, 송하영의 집요함과 설득을 지켜보며 점점 그를 이해하게 됩니다. 정우주는 여성 피해자가 많은 사건 속에서 분노하고 슬퍼하면서도, 자신의 직업적 사명을 잃지 않으려 애씁니다. 이들이 사건을 쫓으며 주고받는 대화와 침묵은,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경찰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심리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또한 드라마는 언론과 대중의 반응, 경찰 조직 내부의 정치적 움직임까지 교차시키며, 연쇄살인이 사회 전체에 남기는 공포와 불신을 세밀히 그립니다. 진범이 잡히기 전까지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경찰은 조급해지며, 그 틈새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납니다. 이런 혼돈 속에서 송하영이 범죄자의 눈과 마음을 대신 들여다본다는 것은 단순히 사건 해결을 위한 기술이 아닌,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자기 안으로 받아들이는 혹독한 수행과도 같습니다.

인간의 어둠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이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죄를 단순히 스릴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범죄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잔혹함,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정의를 좇으려는 의지를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송하영은 수많은 범죄자의 마음을 따라가면서 끝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는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고통받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도 화려한 승리나 깔끔한 결말을 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이런 끔찍한 범죄를 멈출 수 없는가?’, ‘인간의 마음속 어두운 틈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송하영과 그 동료들이 마주한 범죄의 실체는, 결국 우리 사회가 가진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드라마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싸운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싸움은 단순히 범인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에 대한 치열한 수호였다는 점에서 긴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