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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멈춰버린 시간 속 다시 시작되는 청춘

by mandorl76 2025. 6. 20.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멈춘 시간 위에 다시 피어난 삶과 사랑의 서사 한 소녀의 시간이 열일곱에서 멈췄다. 13년간의 공백 끝에 서른의 몸으로 깨어난 그녀는 모든 것이 달라진 세상 속에서 다시 살아야 했다.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물리적 시간과 감정적 시간이 서로 어긋난 인물들이 만나는 과정을 통해, 상처 입은 마음이 어떻게 치유되고 다시 삶을 품게 되는지를 잔잔하게 그려낸 감성 드라마다. 누구나 한 번쯤 멈췄던 자신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작품은, 멈춘 자와 멀어진 자, 다시 살아내야 하는 이들의 공감 어린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회복력을 말해준다.

시간이 멈춘 자와 시간을 멀리한 자, 그들의 서툰 재회와 조용한 성장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단지 나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시간의 무게, 상처의 기억, 그리고 다시 살아야 하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우서리(신혜선)는 열일곱이라는 가장 찬란한 시기에 교통사고를 당해 13년간 의식을 잃고 살아간다. 그리고 서른이 된 어느 날, 그녀는 세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열일곱에 머물러 있다. 가족은 사라졌고, 친구도 그녀를 모른다. 기술은 바뀌고, 거리의 풍경도 전혀 다르다. 서리는 마치 낯선 행성에 떨어진 이방인처럼 두렵고 혼란스럽다. 그녀가 겪는 모든 ‘처음’은 사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두 번째 시작이다. 그녀가 만나는 또 다른 인물, 공우진(양세종)은 감정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차단한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그는 외부와의 단절을 스스로 선택하고, 감정이입 없는 삶을 택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투명하게 만들며 버텨온 그에게 서리는 처음으로 온전한 충돌이자 감정의 흔들림이었다. 이 드라마는 바로 이 두 사람이 서로의 닫힌 시간에 들어서며 겪게 되는, ‘두 번째 인생’의 정서적 각성을 담는다. 서툴고 느리지만 진심으로, 그리고 조심스럽게 삶을 다시 짚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어른이 되어 처음 사랑을 배우는 순수한 감정처럼 투명하게 그려진다.

세 개의 시간: 멈춘 자, 피한 자, 그리고 함께 걷는 자

드라마는 크게 세 가지 시간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멈춘 시간’이다. 우서리는 정신적으로 열일곱에 머물러 있으나, 육체적으로는 서른이다. 그 간극은 단순한 기술이나 트렌드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관계, 사회적 역할까지 모두 새로 배워야 하는 어려움을 의미한다. 과거 자신이 꿈꾸던 바이올린 연주자의 삶도 사라졌고, 그녀를 기다리는 가족도 없다. 하지만 서리는 그 모든 상실 앞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지금’이라는 순간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그 모습은 오히려 ‘기억’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존재로서의 용기를 말해준다. 두 번째는 ‘피한 시간’이다. 공우진은 자신이 저질렀다고 믿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도망치며 살아간다. 연극 무대 디자이너로 일하며 감정을 차단하고,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며 살아가던 그는 서리를 통해 비로소 그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서리를 지켜보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연애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책임에 대한 화해, 진정한 자아에 대한 회복의 과정이다. 세 번째 시간은 ‘함께 걷는 시간’이다. 서리와 우진은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상처를 핑계로 삼지 않는다. 그들은 느리게, 하지만 깊게 서로에게 다가가며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간다. 서리의 순수한 감정은 우진을 치유하고, 우진의 조용한 배려는 서리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그들과 함께하는 조카 유찬(안효섭), 하숙집 식구들 또한 이 ‘새로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과거와 화해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이 공동체는 혈연이 아니라 감정과 선택으로 이어진 관계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삶은 늦지 않았고,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의 시간은 과연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것일까, 혹은 그냥 지나가고만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는 그런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깊은 위로를 건넨다. 서리의 시간은 멈췄지만, 그녀는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우진은 피했지만, 결국 용기 내어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시간 안에서 머물기로 선택했다. 이 이야기는 단지 로맨스를 넘어선 삶의 재건에 관한 이야기이며, 잃어버린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가는 사람들의 조용한 찬가이다. 삶은 반드시 직선이 아니며, 때론 멈추고, 돌아가고, 느리게 흐르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그런 가능성의 메시지를, 고요하지만 분명한 울림으로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