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은 2014년 tvN에서 방영된 직장 드라마로, 바둑밖에 모르던 청년 장그래가 대기업 인턴으로 입사한 후 겪는 좌충우돌 사회생활과 성장을 담았습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직장인의 현실을 리얼하게 재현한 이 드라마는 임시직, 직장 내 위계, 조직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녹여내며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배우 임시완, 이성민, 강소라, 강하늘 등의 진심 어린 연기는 '현실 회사 생활의 교과서'라는 별칭을 남겼습니다.
현실이라는 바둑판 위, 한 수 한 수를 배우는 미생의 여정
〈미생〉은 비단 드라마를 넘어서, 당시 청년 세대와 직장인 모두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건넨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는 프로 바둑기사가 되지 못하고 낙오한 후, 대기업 원인터내셔널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이력서조차 제대로 쓸 줄 몰랐던 그는 낯선 조직 문화 속에서 혼란을 겪지만,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사회인'으로 성장해 갑니다. 장그래의 성장은 단순한 승진이나 성과에 있지 않습니다. 그는 주변의 시선과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며, "사회생활이란 살아남는 것이다"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특히 비정규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그에게는 노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기에, 그의 고군분투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한편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은 장그래의 상사이자 멘토로 등장해, 드라마 전체의 중심축을 형성합니다. 오 과장은 유능한 실무자이지만, 정작 조직 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중간 관리자입니다. 그가 장그래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업무의 기술을 넘어 '일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모습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청춘 성장물이 아닌 직장 내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임을 상징합니다. 또한 장백기(강하늘 분), 안영이(강소라 분) 등 또 다른 인턴들의 이야기도 병렬적으로 다루어지며, 다양한 직장인의 삶을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현실 직장, 이상과 타협 사이에서 균형을 잡다
〈미생〉의 강점은 조직 내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의 고유한 사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장그래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은 냉혹하고 배타적이지만, 각 인물들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며 현실과 타협하거나 이상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이는 현실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직장인들의 축소판이며, 누구 하나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입체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장백기는 완벽주의자지만 불안함에 시달리고, 안영이는 남성 중심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억제하며 일하는 여성입니다. 김대리, 선차장, 최부장 등 각각의 캐릭터는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생존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모두 누군가의 동료이자 상사, 부하직원이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도 전부 자신을 맡길 수 없는 고립된 존재이기도 합니다. 오상식 과장은 그런 인물들 중 유일하게 '사람 냄새'가 나는 존재입니다. 그는 장그래에게 ‘정규직이 전부는 아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태도를 가르치며, 조직이 놓치고 있는 인간적인 요소를 되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드라마는 직장이라는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상하 관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평가 중심의 문화 등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성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노력을 그립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경쟁과 생존의 압박 속에서도, 인간적인 연결과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조합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고 인정받고 싶은 장그래의 바람은, **결국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모든 청년들의 심리’**를 대변합니다.
우리는 모두 미생, 그러나 살아 있는 존재
〈미생〉은 ‘완생(완성된 사람)’이 아닌 ‘미생(아직 완성되지 못한 존재)’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장그래는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지만, 그가 겪은 모든 경험은 단지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삶의 시작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드라마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성공이 전부는 아니며, 과정을 견뎌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강하게 각인시킵니다. 이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현실에 존재할 법한 사람들로 느껴지고, 그들의 고민이 곧 우리의 고민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회사생활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과 삶, 인간관계, 사회 구조에 대한 치열한 질문을 던지며, 모든 직장인에게 거울 같은 존재로 남게 합니다. 〈미생〉은 직장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우리 사회의 청년 문제, 노동 현실, 그리고 조직 문화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각자의 바둑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에게, 언젠가 완생이 아닌 '나만의 생'을 완성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이 드라마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