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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상처 입은 아이와 거짓 엄마의 가족 이야기

by mandorl76 2025. 6. 27.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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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는 학대받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유괴범이 되기로 결심한 한 여인의 여정을 그린 드라마로, 혈연이 아닌 마음으로 맺어진 모성과 가족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단순히 자극적인 사회문제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상처와 회복, 그리고 모성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특히 배두나와 허율의 열연은 극의 감정선을 더욱 진정성 있게 끌어올리며,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일본 원작을 뛰어넘는 서정성과 몰입도로 국내 리메이크 드라마의 모범 사례로 손꼽힙니다.

모성은 피보다 진하다: 선택한 엄마의 여정

〈마더〉는 시작부터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초등학생 어린 소녀 혜나가 가정 내 학대를 당하는 모습은 현실의 그림자처럼 날것의 고통으로 다가오고, 이를 외면하지 못한 임시교사 수진은 충동적으로 혜나를 데리고 도망치는 선택을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유괴, 범죄로 규정될 수 있는 이 선택은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점차 ‘모성’의 새로운 정의로 확장됩니다. 수진은 처음에는 단지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여정을 거듭할수록 진정한 엄마가 되어갑니다. 
혈연이 아닌 연민과 책임으로 연결된 관계는 곧 모성의 근본을 묻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모성이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선택과 실천으로 만들어지는 감정인가? 〈마더〉는 이 질문에 대해 정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시청자 스스로 고민하고 느끼게끔 하는 서사적 밀도를 갖고 있습니다. 수진과 혜나가 도망치는 동안 만나는 인물들 또한 각기 다른 방식의 가족을 대면하게 하며, ‘가족’이라는 틀의 의미를 해체하고 재구성하게 만듭니다. 서사의 모든 갈래는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귀결되며, 보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깁니다.

상처 입은 존재들이 서로를 치유하는 서사

〈마더〉의 중심에는 아이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지만, 그 사랑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진 자신도 어린 시절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인물로, 혜나를 돌보는 과정은 곧 자신 안의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이처럼 인물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단순한 피해자-구원자의 구도로 흐르지 않고, 상처 입은 두 존재가 서로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로 그려냅니다. 혜나는 외형적으로는 조숙하고 밝은 아이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깊은 외로움과 불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진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수많은 의심과 망설임이 뒤따르며,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랑’은 단순히 주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질 수 있을 때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수진도 아이를 키운다는 것, 보호한다는 것이 단순한 동정이 아님을 깨닫고, 혜나와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책임과 희생의 의미를 배워갑니다. 이 드라마는 인간의 본능적인 애정, 특히 여성의 모성 본능을 찬양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모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지를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친어머니와의 재회, 혜나의 친모와의 갈등, 사회의 시선과 제도적 제약 등 수진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한 개인의 감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들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아이의 편에 서는 어른’이 되어가는 수진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진정한 책임감과 용기의 의미를 되묻게 합니다.

혈연보다 깊은 연대, 우리가 만들어가는 가족

〈마더〉는 결국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선택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수진과 혜나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지만, 그들의 삶은 어느 누구보다도 진정한 가족으로 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단순히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아이와 약자를 대해야 하는지를 묻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혜나를 구한 것은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결단과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이 점에서 〈마더〉는 한 여성이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 본연의 선의와 공감을 되살려냅니다. 이 작품이 감동적인 이유는 단순히 비극적인 설정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비극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손을 내민 인물들의 선택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수진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사회적 위험을 감수했고, 혜나는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 두 인물의 만남은 어쩌면 기적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누구나 만들어갈 수 있는 현실의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마더〉는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이며, 그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